한국인이 죽음을 대하는 자세: 연명의료 중단 의향 92%의 의미와 웰다잉 문화의 변화
한국 사회에서 죽음은 오랜 시간 금기시되어 온 주제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웰다잉(well-dying)과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죽음에 대한 인식과 태도, 그리고 제도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넘버즈 280호> “국민 대다수(92%), 연명의료 중단 의향 있다!” 보고서를 중심으로, 한국인이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하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봅니다.

죽음에 대한 인식: 더 이상 금기가 아닌 삶의 일부
과거에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꺼려졌지만,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의 죽음과 생애 말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국민 중 79%가 ‘본인의 죽음이나 생애 말기의 상황, 치료 계획을 상상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65세 이상에서는 81%로, 연령이 높을수록 죽음에 대한 고민이 더 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85%)이 남성(72%)보다, 기혼(80%)이 미혼(74%)보다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고, 가족과 죽음에 대해 대화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46%에 달했습니다. 이는 죽음이 점차 가족과 사회에서 더 많이 논의되는 주제가 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연명의료 중단 의향 92%: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인식과 태도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2%가 말기 및 임종기 환자가 되었을 때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무의미한 생명 연장보다는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75%가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에 대한 인지도도 62%에 달했습니다. 실제로 81%는 말기 환자가 되었을 때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죽음이 더 이상 의료진이나 가족에게만 맡겨지는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주체적으로 결정해야 할 삶의 마지막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좋은 죽음(웰다잉)의 조건: 가족의 부담 최소화와 신체적 고통 경감
한국인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조사 결과, ‘가족이 간병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을 많이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65%), ‘가족이 병수발을 오랫동안 하지 않는 것’(65%), ‘죽을 때 신체적 통증을 가급적 느끼지 않는 것’(57%)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혔습니다.
또한, 84%는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이 온다면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죽고 싶다”고 답했고, 79%는 “무의미한 수명 연장보다는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가족과 본인의 존엄성, 그리고 경제적·정서적 부담을 줄이는 것이 웰다잉의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죽음 준비와 남기고 싶은 것: 가족, 자손, 그리고 기억
죽음 이후 남기고 싶은 것으로는 ‘화목한 가족’(54%)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훌륭한 자손’(35%), ‘나를 기억해주는 친구’(32%), ‘많은 재산’(23%)이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화목한 가족’과 ‘훌륭한 자손’에 대한 비중은 최근 들어 상승한 반면, ‘나를 기억해주는 친구’의 비중은 감소했습니다. 이는 죽음 이후 남겨질 가족과 자손에 대한 책임감과 유산의 의미가 더욱 강조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웰다잉을 위한 사회적·제도적 지원의 필요성
한국인은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서비스로 ‘생애말기 통증 완화’(63%), ‘치료비 지원’(57%), ‘심리·정서적 지원’(54%), ‘죽음에 대한 교육 및 인식 개선’(43%)을 꼽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의료적 처치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심리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합니다.
조력존엄사(의사조력자살) 논의: 사회적 공감대와 윤리적 쟁점
조력존엄사(의사조력자살)의 합법화에 대해서도 82%가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동의 이유로는 ‘무의미한 치료의 불필요함’(41%), ‘자기결정권 존중’(27%), ‘죽음의 고통 경감’(19%), ‘가족의 부담 경감’(13%)이 꼽혔습니다. 반면, 반대 이유로는 ‘생명 경시 위험’(46%), ‘윤리적 문제’(24%), ‘회복 가능성 포기’(15%), ‘종교적 이유’(12%)가 제시되었습니다.
이처럼 조력존엄사에 대한 논의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윤리적·종교적 쟁점이 존재합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논의가 앞으로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령층과 종교인의 죽음 인식: 교육과 영적 준비의 중요성
65세 이상 고령 기독교인 중 78%가 죽음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싶다고 답했으며, 65%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항존직(69%)에서 두려움이 가장 낮았으며, 이는 신앙적 배경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하는 데 영향을 미침을 보여줍니다.
기독교인의 경우 죽음을 ‘영원한 삶의 전환’으로 이해하며, 웰다잉을 단지 ‘잘 죽는 법’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과정으로 인식합니다. 따라서 교회가 웰다잉 사역의 플랫폼이 되어 장례 지원, 유언 준비, 죽음 준비 교육, 용서와 화해의 예배 등 실질적이고 영적인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존엄한 죽음을 위한 사회적 변화와 과제
한국인은 이제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무의미한 연명보다는 품위 있는 마무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연명의료 중단 의향이 92%에 달한다는 사실은, 죽음의 주체가 본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는 웰다잉 문화의 확산을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 죽음에 대한 사회적 대화와 교육 활성화
- 경제적·정서적 지원 시스템 강화
- 연명의료결정 및 호스피스 제도에 대한 접근성 확대
- 조력존엄사 등 존엄한 죽음을 위한 제도적 논의 심화
- 가족과 공동체 중심의 죽음 준비 문화 정착
죽음에 대한 건강한 인식과 준비는 개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의 복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웰다잉은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임을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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